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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호
그냥 날이 무척 좋아서, 내 기분도 그냥 무척 좋았다. 오랜만의 한가로운 느낌이라서 더 그랬을지도. 계속 미뤄둔 볼일도 몰아서 해결하고, 평소와 다른 길로 집으로 돌아가는데 사진을 꼭 찍어야만 할 것 같았다. 왜 매번 강박적으로 똑같은 길로만 다녔을까? 나라는 애는 정말이지 답답하다.
실제본으로 바꿔서 만들었다. 무슨 색 실이 더 잘 어울릴까 고민중이다. 흠이 있거나 뭐가 묻은 책은 버리기보다는 그래도 봉투를 만드는 편이 나을거 같아서 만들어봤다.
재밌었었던 북바인딩 수업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예상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더 (말 그대로) 힘이 들어가는 작업이었다. 내 손으로 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북바인딩을 배운 건데, 막상 배우고 나니까 역시 손으로 책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두 권이야 만들 수 있겠지만 여러 권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재밌었다. 종이 재단이나 딱풀은 늘 사용하던 거라 큰 감흥은 없었지만 바느질이 재밌었다. 예쁜 색들의 실을 고르는 재미도, 또 어울리는 종이를 고르는 것도, 종이 질감이나 무게, 종류에 대해서 여러 생각도 하고. 특히 종이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 관심사가 넓어졌달까. 지금까지는 그림을 그릴 종이나 인쇄될 종이에 대해서만 생각하다가 가죽 질감의 종이라던가, 무늬가 있는 ..
예전에는 글씨를 참 잘썼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게 마음에 드는 글씨가 안 써진다. 그때는 어떤 광기어린 몰입이 나를 휘감아서, 글씨를 쓰기에 엄청난 집중을 했었다. 필사를 열심히 했었다. 내 글은 너무 부족해서 필사할 거리를 찾아서 책도 나름 열심히 읽었었고... 예전 일기장을 들추고 나서 드는 느낌 예전엔 글씨를 참 잘 썼었는데.... 그래서 그 때 쓰던 펜을 다시 써보겠다고 몇년 만에 꺼내서 새 잉크를 끼우는데 이게 잘 빠지지도 않아서 손이 엉망이 되었다. 선물 받은 만년필이 파란색 잉크여서 질색했는데, 써보니 나쁘지 않은 색. 적응도 의외로 쉽게 되는 듯 하다. 일상은 언제나 그랬듯 엉망이다. 무서운 것 투성이라 구석에 숨어있고만 싶다. 언제나 느끼는 추락의 욕구
최근에 이북으로 빌렸다가 마저 다 읽지 못한 책의 밑줄. 수잔 케인 30쪽 그래도 오늘 날의 심리학자들이 동의하는 몇 가지 중요한 지점은 있다. 예를 들어,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외부 자극의 수준이 다르다. 내향적인 사람은 훨씬 적은 자극, 그러니까 가까운 친구와 와인들 한 잔 홀짝이거나, 가로세로 낱말 맞추기를 풀거나, 책을 읽는 정도가 '딱 맞다'고 느낀다. 33쪽 수줍음을 타는 사람들은 내면으로 파고들기 쉬운데, 부분적으로는 걱정을 유발하는 사교 장소를 피해 숨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향적인 사람들 중에 수줍음을 타는 이가 많은 것은, 한편으로는 그들이 사색을 좋아하는 성향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리적으로 자..
정유정 72쪽 "행복한 이야기는 대부분 진실이 아니에요." 해진은 잠시 틈을 두었다가 대꾸했다.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려 해진을 봤다. "희망을 가진다고 절망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요. 세상은 사칙연산처럼 분명하지 않아요. 인간은 연산보다 더 복잡하니까요." ....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니?" 어머니가 물었다. 해진은 다시 시간을 두었다가 대답했다. "그래도 한 번쯤 공평해지는 시점이 올 거라고 믿어요. 그러니까, 그러려고 애쓰면요." 73쪽 나는 앞좌석에 앉은 채 작별하는 두 사람을 잠자코 바라보았다. 해진은 어머니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어머니는 녀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식으로 악수를 청하는 느낌이었다. 열여섯 살 소년이 아니라, 아들 친구가 아니라, 성숙한 한 인격에게. 이북으로 읽음. ..
팀 9-27 (구 다시 이십칠) 징니 @go_jing_ni새새 @eolbird5 만화 그림 엽서, 필름 사진 엽서 영화 포스터, 잡지, 악보, 지도 등을 재활용해 만든 편지 봉투 2018.5.25~2018.5.27
조각그림들 | 007 프리즈마 색연필, 펜그라프트지 인스타그램 @go_jing_ni 그림과 사진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서만 봐 주세요.그림의 무단 도용과 개인적,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