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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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하인리히 뵐

고징니 2018. 1. 29. 18:05














15쪽
 <차이퉁>지는 자사 기자들에게 일어난 두 건의 살인 사건이 알려지자 상당히 유별난 태도를 취했다. 광적인 흥분! 대서특필. 1면 기사. 호외 발행. 통례를 벗어난 크기의 부고. 어차피 피살 사건이란 늘상 일어나는 것인데도, 마치 저널리스트의 살인 사건은 뭔가 특별한 것인 양, 은행장이나 은행원 혹은 은행 강도 살인 사건보다 더 중요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19쪽

 그날 밤 내내, 저녁 7시 30분에서 밤 10시까지, 그러니까 루트비히 괴텐이라는 자와 그 집을 떠나기 전까지 그녀는 "오직" 그 남자하고만 "진심으로" 춤을 추었다. 나중에 그녀 자신도 그렇게 진술했다.






81쪽 

 카타리나가 거실에 있는 작은 홈 바로 가서 셰리, 위스키, 레드와인과 얼마 전에 개봉한 체리 시럽 병을 하나씩 집어 들고는 특별히 흥분하는 기색도 없이 흠집 하나 없는 벽을 향해 내던졌고, 그것들이 산산조각 나서 내용물이 이리저리 흘러내리는 모습을 볼터스하임 부인도, 콘라트 바이터스도 전혀 말릴 생각을 못하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것은 정말 놀랄 만한 일이다. 
 그녀는 작은 부엌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했다. 거기에서는 토마토 케첩, 샐러드 소스, 식초, 우스터 소스를 같은 목적으로 사용했다. 욕실에서는 크림 튜브, 크림 병, 파우더, 분말, 목욕 용품들을, 침실에서는 오데콜롱 병을 던졌다는 것을 덧붙여야 할까?
 그때 그녀는 이미 자신이 계획을 세웠던 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고, 전혀 흥분하지 않았으며, 너무나 확신에 차 있고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여서, 엘제 볼터스하임과 콘라트 바이터스로서는 도저히 말릴 수 없었다.






82쪽

그녀의 내면에서 뭔가 "치밀어 올랐다"는 것, 특히 전 남편의 진술이 그녀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92쪽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알로이스 슈트로입레더가 트루데 블로르나를 성적으로 유혹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와 시시덕거리고 싶어 한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그리고 그녀가 특유의 무뚝뚝함으로 그가 자기 자신이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실은 그렇지 않으며, 아무튼 그녀에게는 전혀 그렇게 여겨지지 않는다고 하자, 그들 둘 사이에 거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것이다.






112쪽

 어느 날 저녁 브롤르나 집의 일이 끝난 뒤 그가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고 한다. 그녀가 완강하게, 거의 불쾌할 정도로 거절했음에도 아파트 문 앞까지 그녀를 데려다주었고, 그러고는 심지어 발을 문 사이로 밀어 넣고는 아파트 안에까지 따라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당연히 그가 치근대려고 했었는데, 그녀가 그를 전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그는 모욕감을 느꼈을 거라고 한다. 
~~ 그는 정말 눈곱만큼의 자극도 주지 못했다면서, 그녀는 이 신사 방문 이야기 전체가 어떤 영역 안으로 아주 추하게 들이닥친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소설 속은 1974년 소설이 발표된 해는 1975년 하지만 지금 읽어도, 오히려 지금 읽어야 하는 책.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절로 앞쪽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된다. 대학생 때 읽고서 뒷부분은 기억에서 많이 흐려졌었지만, 제목은 절대로 잊지 않았던 책인데 헌 책방에서 구입해서 다시 읽었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_하인리히 뵐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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