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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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황정은

고징니 2018. 1. 29. 18:01

 
















104쪽  오무사





 할아버지가 죽고 나면 전구는 다 어떻게 되나. 그가 없으면 도대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누가 알까. 오래되어서 귀한 것을 오래되었다고 누가 모두 버리지는 않을까. 오무사에 다녀오고 나면 이런 생각들로 나는 막막해지곤 했는데, 수리실을 찾아오는 사람들 중엔 수리실과 여 씨 아저씨를 두고 이것과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서 나는 그때마다 수리실의 내력을 생각해 보고는 했다.

 어느 날 전구를 사러 내려갔더니 노인도 선반도 없었다.

 텅 비어서, 어두운 벽만 남아 있었다.

 돌아가셨구나.

 하고 생각했다.

 수리실로 돌아가서 소식을 전하자, 오무사 노인이 돌아가셨나 보다고 여 씨 아저씨도 한동안 착잡한 기색이었다. 사고자 했던 전구는 더는 재고가 없던 것이라 이 전구가 필요한 수리는 하지 못하고 돌려보냈다. 재고가 없고 나니 같은 전구를 필요로 하는 수리가 부쩍 늘어나서 여 씨 아저씨와 나는 이상하다고, 드는 자리는 몰라도 나는 자리는 이렇게 표가 나는 법이라고, 모든 게 아쉽다고, 말을 나누는 일이 종종 있었다.







<백의 그림자> 황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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